명작스캔들- 장 프랑수아 세뇨 지음
명작스캔들- 장 프랑수아 세뇨 지음 (김희경 역, 이숲)
하나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예술가의 노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성당의 거대한 벽화를 그리기 위해 얼굴에 물감 범벅을 하면서 천정에 매달려 그림을 그렸던 미켈란젤로. 그가 마침내 작품을 완성하고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 허리를 제대로 펼 수 없었고, 친구에게 편지로 배와 턱이 붙어버렸다고 말했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예술의 힘은 끈질기게 몰입하는 예술가의 그 정신, 바로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앞으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라는 작품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미켈란젤로의 구부정한 모습과 물감 범벅의 얼굴일 것이다.
예술은 시대를 초월한다. 훗날 21세기의 위대한 예술가로 남을 사람들은 누가 될 것인가?
하나의 작품이 존재하고 예술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뒤에서 후원을 자청했던 많은 후원자들, 수집가 등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의 예술가들을 지원한 피렌체의 메디치 가(家)와 마찬가지로 세르게이 시추킨이라는 러시아인 후원자가 있었기에 마티스와 피카소가 편안히 작품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공산당의 비웃음을 샀던 이들의 작품은 푸시킨 미술관 관장과 사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 관장의 노력으로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오늘날 이들 후원자들의 변형은 오늘날의 기업의 메세나 활동일 것이다. 물론 그 목적과 형태는 다를지라도 문화예술을 지원한다는 점은 맥을 같이 한다.
책의 제목인 ‘명작스캔들’은 13명의 예술가들을 마치 이야기 하듯이 풀어낸다. 각 장 끝에는 주석이 있어서 연관 인물이나 용어, 시대상황의 이해를 돕는다.
한 명씩 읽어갈 때마다 주석을 수차례 봐야 할 만큼 모르는 용어도 많았다. 미술뿐 아니라 이를 알기 위해서는 역사적 배경이라든지 인문학적 소양을 상당 부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기대했던 스토리텔링이 아니었다는 점이 약간의 단점으로도 느껴졌으나 계속 읽어나가면서 이것이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물론 번역본으로서의 문체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나도 모르게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 이미지를 그리고 있었다.
목차
옮긴이의 말 :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했던가요?
1장. "미인은 무죄다" - 최초의 누드모델, 프락시텔레스의 프리네 : 프락시텔레스
2장. "지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 악마를 만드는 사람 : 히에로니무스 보스
3장. "그녀가 사라졌다!" - 모나리자의 실종 : 레오나르도 다빈치
4장: "모두 옷을 입히지 않으면, 지워버려라" - 천지창조에서 최후의 심판까지 :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5장: "나만을 위해 당신을 그리겠어" - 아름다운 빵집 여인의 사랑을 위하여 : 라파엘로 산치오
6장: "세례 요한의 피에 붓을 담가라" - 빛과 그림자를 그리다 : 카라바조
7장 : "나를 쏴라" - 십자가처럼 팔을 벌리고 죽어간 1808년 5월 5일의 총살자들 : 프란시스코 고야
8장 : "가여운 사람, 가여운 사람!" - 가재 잡는 소녀 : 폴 세잔
9장 : "이 초상화는 미친 나일세" - 빈센트의 슬픈 노래 : 빈센트 반 고흐
10장 : "어린 아이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라" - 달콤한 마티스 : 앙리 마티스
11장 : "이 벽화는 우화다" - 게르니카 : 파블로 피카소
12장 : "그를 왕자처럼 묻어주오" - 생애 단 한 번 그린 자화상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13장 : "실컷 즐겨라, 이 얼간이들아" - 사람들을 조롱한 페르메이르(베르메르)의 부활 : 한 판 메이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