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대한 단상- 수돗물 vs 정수기 vs 생수 중 무엇을 마셔야 하나?
어렸을 때에는 어머니가 보리차, 결명자차, 그때그때 좋은 재료로 물을 끓여주셨다. 초등학교 교과서(예전엔 국민학교)에 연탄장수였던가, 암튼 집에 오신 분에게 시원한 보리차 한잔을 대접하는 내용이 나왔던 것이 기억난다.
학교에서는 선생님께서 우리나라의 좋은 점을 말씀하시다가, “외국에서는 물을 사먹기는 곳도 있단다” 하고 말씀하셨는데, 그 당시 우리들은 설마 하면서 놀라기도, 또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었다.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허무맹랑한 얘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순간 그게 바로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점점 생수를 사먹기 시작하고 현재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주변에서도 물을 끓여 먹는 집보다는 정수기를 사용하거나 생수를 사먹는 가정이 많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돗물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수돗물 자체는 믿을 수 있다고 하지만 문제는 수도관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가정 내 급수관이나 배관이 노후 되어 있다면 수도꼭지에서 녹물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지은 지 수년 이상 된 집은 더더욱 그럴 것이다.
이쯤해서 고민이 시작된다. 정수기를 구입할 것인가?
일단 렌탈 서비스가 가장 많고 주기적으로 필터를 교체해야 한다. TV에서 정수기 관리의 문제점을 보고 난후 식당에 가면 한동안 물 마시기가 꺼려졌었다. 물론 이내 잊고 (때로는 어쩔 수 없이) 마시긴 했지만 말이다. 가정에서도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마찬가지이다. 관리를 잘한다는 가정 하에 정수기를 설치한다고 치자. 다음으로 고민이 되는 것이 미네랄의 문제이다.
정수기의 역삼투압 방식이 중 물 속의 좋은 성분인 미네랄까지 걸러져 건강에 유익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직수방식은 아니라고 하는데 아직 사실 세세한 부분까지는 정보가 미흡하다. 미네랄이 배제된 물을 마시는 부작용을 접한 후에는 특히 임신을 한 후에는 일단 생수를 그대로 마시기로 결정했었다.
생수라고 해서 믿을 만한 것인가? 이것도 사실 나에겐 여전히 물음표이다. 생수를 구입할 때마다 수원지를 유심히 보는데 과연 오염이 안됐을까 싶다. 또한 정기적으로 주문을 해줘야하고, 마실수록 쌓여가는 플라스틱 1회용 병들과 그것들을 치우는 것도 일이다. 가장 큰 것은 환경에 대한 마음의 짐이다. 요새는 커피전문점에서도 1회용 컵 사용을 제한하는데 말이다.
하루 2리터짜리 생수를 1~2병 마시는데, 한 달이면 30~60병, 1년이면 360~720병을 쓴다는 얘기가 된다. 재활용 수거를 위해 내놓을 때마다 재활용은 제대로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도 많이 든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무렵, 내 지인은 출산 무렵에 직수 정수기를 설치했다. 비용 면에서는 사실 정수기 관리비나 생수 구입비나 비슷할 수도 있다. 물론 생수 브랜드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다시 수돗물은 어떨까? 요새는 마음 같아서는 그냥 수돗물을 끓여서 보리차를 마시고 싶기도 하지만, 출산을 한 현재 아기를 먹일 물을 수돗물을 줄 것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배수관을 생각하면 사실 아찔하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인터넷을 통해 아리수 수질 검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질 검사를 신청한 가정에 수질검사요원이 방문해 무료로 수질을 검사해준다는 것이다. 조만간 한번 신청해서 과연 우리 집의 수돗물이 괜찮은 것인지 알아보고 싶다. 물론 안전하다고 나온다면 끓여서 음수를 해볼 생각도 있다. 그런데 마시기 부적합하다고 나온다면 어쩌나 걱정도 된다. 생수는 마시는 물로 사용하지만, 밥을 하고 국을 끓이는 것은 수돗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부적합 결과를 받으면 수도관 교체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정수기를 설치하고 아기만 생수를 줄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지만 선뜻 결정하긴 쉬운 일이 아니다.